<용의자 X의 헌신> by 히가시노 게이고---추리/미스테리 소설 리뷰 **스포 주의**

무더위도 어느덧 약해진 8월 중순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히가시노 게이고의 바로 이 책이 아마 이런 가을틱한 날씨와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중 3탄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을 읽고 난 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들을 읽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 첫 시도가 이 책이기도 하다.  

북커버를 보면 미지수 'X'의 형태가 익숙치 않은가? 수학에서 미지수로 표기하던 문체의 X를 떠올렸다면 정답이다.

줄거리는 북커버 뒷면에 소개되어 있어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 책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아마 '사랑', '배신', '헌신' 이 아닐까.

일방적인 사랑에서 시작된 천재 수학자의 도움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그녀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여 희생한 것이다. 

북 커버 X의 왼쪽 상단의 인물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우측 하단의 인물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로 추정됨

이시가미의 범행 트릭은 유가와가 너무나도 짐작하기 좋았지만 나름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떡밥은 굉장히 많이 뿌렸지만, 독자가 그것을 살인사건과 연관해 추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책이었다.

 

 내가 출제한 문제는 함수 문제라고 생각해 풀이에 접근했지만 사실은 기하문제라서
시간은 흘러가지만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

이시가미와 대학 동기인 유가와의 대화 중 이시가미는 이런 말을 한다. 

즉, 진상은 그곳에 없지만 그곳에 있다고 믿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 

이것이 이시가미가 사랑하는 그녀를 돕기 위해 사용했던 트릭의 단서였다.

시작 페이지에서 이시가미로 추측되는 형체를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나타나는 유가와의 형체

 

이시가미 입니다. 야쓰코 씨도 아니고 야스코 씨의 딸도 아닌 이시가미 입니다. 이시가미가 죽였어요.
그는 아무 죄도 없이 자수한 게 아닙니다. 그가 바로 진범입니다. 
다만, 그 사체는 도가시 신지의 것이 아닙니다.
댁의 전남편이 아니에요. 그렇게 보였을 뿐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유가와는 구사나기 형사와 추리를 하며, 가끔은 협조하지 않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등 이상행동을 했었다.

자신의 친구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가 다른 사람을 살인한 것이 믿기지 않아서 였던 것이다.

'기사'는 아직 이곳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파란 비닐 시트 생활과는 선을 긋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면서도 노숙자로 살아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저런 곳에 있는 것이다.
이시가미는 스미다강을 따라 계속 걸었다.

한 고교의 수학교사인 이시가미가 자신의 출근길을 나서는 모습이 작중 초반에 묘사된다. 그는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매일 지나며 출근한다.

위의 인용문은 노숙자들 중에서도 가장 말끔하고, 일자리를 어떻게든 구하려는 '기사'라는 인물을 이시가미가 묘사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아무것도 아닌 듯 했으나 이시가미가 사용한 트릭의 개연성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이시가미는 야스코의 전 남편이 묶던 호텔에 일거리를 빌미로 '기사'를 보내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시가미는 나름의 임무를 수행한 그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살해하여 경찰 수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시켰다. 

개인적으로 이 트릭은 상당히 고급지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정말 감탄에 겨웠다.

알리바이가 완벽하여 정작 전 남편을 죽인 야쓰코는 (정확히는 모녀) 자신을 사랑해주는 구도씨와의 행복한 나날들을

포기하고 자수한다. 그렇다, 이시가미의 헌신은 실패했다. (이시가미의 처절한 절규로 막을 내린다.)

트릭의 진상이 밝혀졌을 때도 끝까지 야쓰코가 아닌 자신에게 화살이 향하는 것을 택했던 이시가미의 대단한 면모를 보는 것도 이 작품을 보는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갈릴레오 시리즈 3탄에 속하는 <용의자 X의 헌신>

개연성, 스토리 모두 완벽한 작품이었다. 남은 방학기간에도 시간이 되는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들을 리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