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by 히가시노 게이고 ---- 추리/미스테리 소설 리뷰(스포 주의)

오늘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장편소설을 리뷰해보겠다.
이 책은 약 일주일 전에 (11일 기준) 2쇄가 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2013년에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찍은 작품이었다.

사진출처https://blog.naver.com/ehz3s/222351301092:&amp;amp;amp;nbsp;

** 줄거리 **
아내를 잃고 딸 에마와 단 둘이 사는 나가미네는 어느 날 친구들과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 축제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에마를 걱정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사건은 이렇다. 에마는 스가노 게이지, 도모자키 야쓰야라는 불량 청소년들에게 납치 당해 무참히 강간당하고, 다음 날 강에서 알몸으로 시체가 발견되었다.
나가미네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감에 차올랐다. 그놈들은 분명 약한 소년법을 이용해 대담한 범죄를 아무렇게나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경찰에 잡혀도 짧은 형을 살게될 것임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알고있고, 그점을 증오했다.

그러던 중, 나가미네는 음성 메시지 한 통을 받게된다. 범인이 스가노 게이지와 도모자키 야쓰야라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후에 그들이 아지트 처럼 드나들고 있는 곳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한 통의 메시지를 더 받게된다.
반신반의 했지만 나가미네는 '정보 제공자'의 말을 믿기로 했고, 살인을 계획한다. 그들의 아지트에 들어온 나가미네는 절망한다. 딸 에마가 쓰레기들에게 무참히 강간당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봤기 때문이다. 그 쓰레기들은 다른 여자 아이들을 강간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날짜와 제목같은 것들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규하던 나가미네는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칼을 잡아 몸을 숨긴다. 도망칠 생각따위는 이미 사라졌다. 그는 도모자키 야쓰야를 무참히 살해했다. 그리고 야쓰야가 죽기전 나머지 한 놈인 스가노 게이지의 은거 위치를 물었다. 나가노현의 펜션이라는 것만 알아냈다.
나가미네는 나머지 한 놈을 죽이고 경찰에 잡히기로 결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문같은건 신경쓰지 않았다.

형사들도 이미 모든 정황을 알고 있다. 특히 '오리베'라는 형사는 나가미네의 슬픔을 잘 헤아리는 형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가미네를 체포하는 것에 내적 갈등을 느낀다. 쓰레기가 살해되기 전에 나가미네를 잡아야하는 이 상황이 과연 정의로운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가미네는 나머지 한놈이 은거해둔 지역에서 숨어지낸다. 하지만 이미 현상수배는 진행중이고, 그 놈을 죽이지 못하고 있다면 당장 자신이 잡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됐다.
그를 묵게 해준 (나가노현의 한 펜션주인) 와카코라는 여자는 몇 일뒤 TV뉴스를 통해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가미네가 외출한 사이 몰래 나가미네의 룸에들어가 그의 딸로 추정되는 (에마) 여자아이가 무참히유린당하는 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되자,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도 계속 내적갈등을 했지만 결국 끝까지 도와주게 되었다. 나가미네의 거절에도 말이다.

나가미네는 또다시 '정보 제공자'로부터 음성 메시지를 받는다. 나가노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근처의 문을 닫은 펜션에 가이지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정보 제공자'는 누구인가 하면 사실 가이지와 야쓰야가 납치를 할 때 이동용 차를 빌려준 장본인이다. 나카이 마코토라는 소년이다. 하지만 마코토는 가이지와 야쓰야가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에 가이지의 협박 못지 않은 부탁에 그 날 차를 빌려주었고, 그 쓰레기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왔다.(공범은 맞다)
그리고 그는 그 쓰레기들이 자신을 배신자로 여겨 복수를 할까 두려워 피해자의 아버지인 나가미네에게 익명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심하였다.

마코토는 경찰에 이미 모든 사실을 말해뒀고,
홀로 은거를 이어나가던 가이지가 연락해서 돈을 달라고 했다. 그 기회를 노려 약속 장소인 우에노 역에서 경찰들은 가이지 검거를 계획한다. 나가미네가 살인을 하기 전 그 소년을 붙잡는 것이다. 사실 나가미네도 새로 온 음성메시지를 듣고 우에노 역으로 향한다. 발각을 각오하고 살인을 계획한 것이다.
나가미네가 가이지를 향해 엽총을 겨눴다. 하지만 이내 그(나가미네)의 등은 피로 물들었다. 형사 중 한 명인 '오리베'가 쏜 것이다.

모든게 끝이 난 이후, 시간이 흘러 오리베는 자신의 선배 형사들과 만남을 가진다.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나가미네를 우에노 역으로 불러낸 메시지를 보낸이가 경찰관계자임을 밝혔다. 오리베는 덤덤했다.

그렇다. 마지막 음성메시지를 보낸 일명 '정보 제공자'는 가이지가 형을 마치고 자신에게 복수를 할 것을 두려워하여 나가미네가 복수를 성공하게 도왔던 소년 마코토가 아닌, 형사 오리베가 보낸 것이었다.

이 작품은 일단 점층적인 긴장감 이 일품이었다. 그 긴장감은 "나가미네가 먼저 경찰에 잡히지 않을까" 라던가 "나가미네가 살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걱정과 기대감으로 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복수가 정당하진 않지만 피해자의 아픔이 너무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 라고 이야기 했다.
이 책은 사실 복수를 성공하지도 못한채 끝이난다. 아마 이것은 복수 그 자체는 결코 옳지 못함을 이야기 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내적갈등을 하다가 끝내 나가미네의 계획에 일조한 형사 오리베같은 인물을 넣음으로써, 어찌되었던 피해자의 아픔은 가벼운 것이 아니며,피해자의 아픔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마지막 우에노 역에서의 클라이막스가 주는 긴장감에 젖어, 음성메시지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코토라고 생각하게 한 것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매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코토는 경찰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그걸 보낼 틈이 없었던 것이고, 마지막에 그 인물을 은연 중에 밝힘으로써 독자들의 뒷통수를 친채 서사가 마무리 된 것이다.
책을 덮으니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이 나가미네라면 복수를 마무리 지으러 갈 것인가.
또, 오리베의 입장이라면 당신은 기꺼이 마지막 '정보제공자'가 될 것인가.

무겁지만, 한 번 생각해봄직하다.